훈훈한 이야기 여고생구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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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이야기 여고생구한 시민들

by 정진한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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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구한 시민들···훈훈한 사람 이야기 4편

2015.08.21 10:00 입력

정치는 말은 풍성하나 딱히 와닿지 않습니다. 경제는 어렵다 하는데 일부는 잘 살아가구요. 권력자들의 비위와 성추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사회 소외계층과 약자들은 생존권을 외치지만 금세 허공에 녹아버립니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해 지는 까닭입니다.

이런 와중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식들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사소할 수 있습니다만, 많은 이들이 박수와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만큼 세태가 각박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훈훈한 이야기들의 시작은 모두 ‘사람’이고 ‘관계’였습니다.

 

■ 시민이 만든 ‘기적’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7월3일 오후 6시40분쯤 경남 창원 마산역 근처에서 여고생 한명이 승용차에 깔렸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승용차가 대형 화물차와 부딪힌 뒤 인도를 걷고 있던 여고생을 덮친 것입니다. 승용차는 여고생을 40m나 끌고 갔습니다.

 

“야, 저 차 들어야 돼!” 사고가 발생하자 주변에 있던 시민 20여명이 너 나 할 것 없이 차량으로 몰려왔습니다. 인근 상가에서 일하는 분들과 퇴근길 직장인들입니다.

“하나, 둘, 셋” 이들은 온몸을 이용해 1.5t이 넘은 승용차를 들어 올려 아래 깔린 여고생을 구조했습니다. 불과 1분 만입니다.

이후 구급차가 여고생을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여고생은 엉덩이뼈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여고생의 어머니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 차를 들어 올려서 딸을 빨리 구조해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일이죠”라고 말했습니다.

 

 

 



■ ‘컵라면’ 끼니

참혹한 화재 현장입니다. 지난 4월3일 오전 1시53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자동차 매매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57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탔습니다. 3층짜리 중고차 매매단지는 거센 불길로 2, 3층 중앙부 철골구조물이 내려 앉았습니다. 소방관 370명이 6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한 끝에 겨우 불길을 잡았습니다.

4월3일 오전 1시53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중고 자동차매매단지에서 불이 나 중고차 500여대가 불에 탔다.| 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는데요. 그을리고 물에 젖은 방화복을 입은 한 소방관이 좁은 턱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입니다. 부산경찰은 이 사진을 두고 “연산동 화재현장, 새벽 1시부터 이어진 화재 진압 작업을 겨우 마치고 끼니를 해결하는 소방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의 주인공은 부산진 소방서 홍치성 소방장이었습니다. 밤새 진압 작업을 한 뒤, 잠시 한숨을 돌리며 끼니를 때우다 사진에 담긴 것입니다. 사흘 뒤 홍 소방장은 CBS노컷뉴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컵라면 사진이) 소방관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이렇게 많이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집사람은 사진이 작업 후에 초췌한 모습으로 나와서 마음이 아팠던지 썩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홍 소방장은 소방관 처우 개선 문제를 두고 “개인적으로 제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인력 보강”이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담당 부서에서도 고심을 하고 있기때문에 조금씩 나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대구 ‘돈벼락’ 사연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2시50분쯤 대구 서구 송현동 도로에서 20대 남성이 5만원권 160여장을 길거리에 뿌렸습니다. 515만원입니다. 당시 도로에 떨어진 돈을 주우려 행인, 운전자 등 수십명이 몰려 혼잡이 일었습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땐 뿌려진 돈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대구 돈벼락’ 사건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돈을 뿌린 20대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평생 고물 수집을 하며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준 귀한 돈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정신 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일 할아버지가 물려준 돈과 부모님에게서 받은 돈 4700만원을 5만원권 지폐로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800만원을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뿌린 겁니다.

사연이 알려지자 돈을 반환하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사건 이틀 뒤 3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경찰서 지구대를 찾아 각각 100만원과 15만원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시민 6명이 285만원을 돌려줬습니다.

1월27일 오후 50대 남성이 대구의 매일신문을 찾아 전하고 간 5만원짜리 지폐 100장과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 주세요’라고 적은 메모지 |매일신문 제공

한 50대 남성은 지난 1월27일 저녁 대구의 매일신문을 찾아 5만원권 지폐 100장(5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전달했습니다. 봉투에는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 주세요’라는 메모도 있었습니다.

사흘 뒤, 신원을 밝히지 않은 60대 남성이 “돈벼락 사건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돈을 뿌린 사람의 사정을 알게 돼 주운 돈을 반납한다”면서 현금 15만원이 든 봉투를 경찰서 파출소에 전달했습니다. 봉투 속에는 5만원 2장과 1만원권 4장, 5000원권 2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함께 남긴 메모지에는 ‘어르신, 돌아오지 못할 돈이 이제 다 돌아왔지요. 선생님, 이제부터 마음 편히 잡수시고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장수 하십시오. 선생님, 가난은 죄가 아니지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경찰은 파출소에 들른 이 남성의 옷차림이나 타고 온 트럭에 파지로 추정되는 종이뭉치 등이 실려 있는 것으로 미뤄 형편이 어려워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20대 남성이 뿌린 800만원은 모두 수거됐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50만원이 남성에게 전달됐습니다. 돈을 주운 사람들이 반환한 것과 별도로 일반 시민과 대구지역 기관단체장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한 돈입니다.

1월30일 경찰로 되돌아온 ‘대구 돈벼락’ 사건의 미회수금 15만원과 동봉된 메모지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 노숙인과 함께 아침을

노숙인과 함께 아침을 나눠 먹은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오캘러 경찰서에서 일하는 에리카 헤이는 지난 7월16일 주유소 마당에 혼자 있는 노숙인을 보고 음식과 커피를 들고 다가갔습니다. 그리곤 나란히 앉아 함께 음식을 먹었습니다.

티아나 그린 페이스북 갈무리

이 장면은 미국 NBC 방송 뉴스프로그램 ‘투데이’가 7월27일 티아나 그린이라는 여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사연을 보도하며 알려졌습니다. 이 장면을 우연히 본 티아나 그린은 “이 경찰관을 모르지만, 이분을 존경한다”며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는 멋진 친절이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누군가 이 경찰관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이 남자의 인생에서 뿐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다른 하루를 만들어줬다는 걸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20년 경력의 경찰관인 에리카 헤이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은 동네라 이 지역의 노숙인이라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그는 누군지 몰랐다”며 “그가 혼자 거기 있어서 음식을 좀 가지고 그에게 갔다. 누구도 혼자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노숙인에게 외로움은 최악의 것”이라며 “그들은 모든 이들로부터 고립됐고, 어떤 형태의 상호 작용이든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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