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이야기 2010년 12월 22일 , 이웃사랑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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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이야기 2010년 12월 22일 , 이웃사랑 오마이뉴스

by 정진한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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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훈훈한 이야기를 하나 전해드릴까 합니다. 오늘(22일) 점심을 먹으려고 직원들과 단골식당에 갔습니다. 사람은 본디 십인십색이듯 식당에서 자신이 먹고자 하는 음식 또한 제각각입니다. 넷이 간 우리는 동태찌개 2인분과 선지국밥 역시 두 명분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식탁에 오른 음식을 잘 먹고 마지막으론 후식인 조그만 자판기에서 뺀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지요.

 

허름한 입성의, 한 눈에 보기에도 걸인(乞人) 비슷한 노인 한 분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침밥도 못 먹어 이렇게 왔습니다…."

 

그처럼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적잖아 쓰리더군요. 하지만 저 자신 선뜻 주머니를 열 깜냥은 솔직히 못 되었습니다. 우선 아무리 걸인이라손 치더라도 제가 근무하는 우리 사무실에 찾아온 이도 아니고, 식당에 들어선 사람이었는지라 일종의 무시 내지는 못 본 척 했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즉 식당 주인이 몇 푼을 주어 얼른 내보내겠지… 하는 방관주의였다고나 할까요.

 

식당엔 반 이상 찬 손님과 서빙을 하는 아줌마 두 분이 있었는데, 그러나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는 이는 없었습니다. 도리어 얼굴을 찌푸리며 얼른 그가 가 주기만을 바라는 '심정'으로만 가득한 그런 표정만이 만연하였지요. 순간 제 바로 앞자리에서 식사를 마친 직장동료인 S여사님이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가셨습니다. 그리곤 핸드백에서 5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식당 아줌마를 불러 손에 쥐어 주셨지요.

 

"이 걸로 저 할아버지께 뜨거운 밥 좀 드리세요!"

 

할아버지는 그러자 감읍하는 표정으로 돌변하면서 연방 고개를 숙이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를 포함한 식당 안의 사람들은 그래서 일순 감동과 부끄러움의 격랑에 파묻히게 되었지요. 셈을 치르고 식당을 나오면서 우린 이구동성으로 S여사님을 마구 칭찬했습니다.

 

"S여사님, 완전 천사예요!"

"맞아요! 저도 감격했습니다!"

 

하지만 S여사님께선 되레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마디 툭 던진 어떤 촌철살인에 우린 더 얼굴을 들 수 없었지요.

 

"늙는 것도 서러운데 자식마저 나 몰라라 하여 저처럼 걸식을 하는 할아버지 같던데 그깟 5천 원을 아껴서야 되겠나 싶더군요."

".......!!"

 

양극화의 심화 즈음이다 보니 주변에서 동냥을 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거개의 사람들은, 아울러 저 역시도 어서 그 사람 곁을 피하려고만 노력할 따름이지 정작 도움을 주려는 경우는 별로, 아니 거의 없는 게 현실이지요.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은 1인분에 5천 원입니다. 아침도 굶었다는 아까 그 할아버지는 S여사님 덕분에 모처럼 뜨겁고 훈훈한 점심을 드실 수 있었습니다. 또한 S여사님의 그같은 선행은 우리 모두에게 나보다 어렵고 궁지에 있는 이를 방관해선 안 된다는 교훈까지를 덤으로 주시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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