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의 건강한 잠을 위하여
우리아이가 잠을 잘 못 자요.
왜 그럴까요?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부모님이 매우 힘이 듭니다.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그에 대한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만 외래를 처음 방문하시는 부모님들 중 우리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서라도 잠을 잘 자게 만들어야지 하고 오시는 분들은 한 분도 없습니다. 가급적 약을 쓰지 않고 해결하기를 바라시지요. 아이의 잠을 잘 잘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이의 행동습관이나 수면습관뿐만 아니라, 수면 환경과 관련된 집안의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야 합니다. 방에서 자는 패턴, 집안의 온도나 습도, 소음, 밝기 등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교정해야 하는데, 다른 진료과에 비하여 소아수면장애 클리닉에서 꽤 긴 시간을 들여 면담을 하는 이유입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아이에 맞게’ 일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9시에는 잠을 자야 성장호르몬이 증가되어 키가 큰다.’ 라는 생각을 부모님들께서 흔히 갖고 계십니다만, 아이의 성장에 전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닙니다. 잠을 잘 자는 것보다 아이의 성장에 더 긴밀하게 관여하는 것은 부모님의 신체적 조건과 아이의 영양상태일 것입니다. 9시에 잔다고 해서 아이가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상황에 맞게 자는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10시간 11시간은 자야 한다는 것은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만, 왜 그러시던 부모님들이 아이가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4시간 5시간밖에 못 자게 만들까요? 아이의 절대적인 수면 시간보다는 아이에 맞는 수면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환아의 수면환경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올해처럼 유난히 더웠던 여름 동안에는 아이가 더 자주 깨고 잠 들기가 어렵습니다. 덥고 습한 공간에서 자는 것 보다는 쾌적한 공간에서 자는 것이 숙면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부모님과 같이 자는 것은 아이의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문화적으로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같은 방에서 자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착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같은 방에서 같이 자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모님의 코골이, 수면장애, 수면 습관, 방안 온도를 느끼는 것의 차이 등이 아이들의 숙면을 방해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잠들기 전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은 빛을 받으면 농도가 저하됩니다. 우리가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밤에 멜라토닌의 농도가 충분히 상승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의 불빛이 눈을 통해 뇌에 전달되면 멜라토닌 농도가 상승하질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잠을 잘 자지 않고 떼를 쓰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의 수면 및 정서 발달을 위해서도 스마트폰의 잠자리에서의 사용은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마다 수면환경이 다르고 수면습관 및 수면패턴이 다 다릅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수면 ‘루틴’을 따르는 것보다는, 각 가정의 환경에 맞게, 아이의 행동패턴에 맞게 수면습관을 적절하게 들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 : 서울아산병원 소아수면장애 클리닉 /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