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일 회장님의 스승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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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일 회장님의 스승의 은혜

by 정진한 200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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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로 전하는 스승의 은혜
[한겨레   2005-05-12 20:22:59]  
[한겨레] “썬 새앵 니임, 아안 영 하 세 요, 캄 사 함 미 다.”

그 옛날의 농아학교는 구화교육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수화를 하면 선생님에게 야단맞을까봐 화장실에서 농아인 친구들과 몰래몰래 눈치를 보며 수화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지냈던 시절이 생각난다.

듣지도 못하면서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처럼 억지로 흉내만 내야 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여겼던 그 시절. 지금은 익산으로 변한 이리의 농아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전문 특수교육 교사가 부족하고 단지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또한 농아 학생의 학습권마저 제대로 존중되지 않은 그야말로 암울했던 시절이었다. 듣지 못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던 우리들이 수화로 답답한 심정을 얘기하려 해도 수화를 알아주는 사람 또한 너무 없던 시절이었다.

전북에 있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전북농아학교(당시 전북혜화학교)에 다닐 당시 특수교육의 열악함으로 인해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마저 누리지 못하고 직업훈련을 명목으로 공부보다는 밭에 나가 일을 주로 했던 시간이었기에 어린 우리들이 호기심은 더욱 답답하고 막막했다. 우리의 알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게 해달라고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항의 시위까지 했었다. 이제는 그 때의 우리와 마음을 함께해주시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옳다고 선생님의 생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주셨던 스승님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과거에는 농아인의 언어가 수화임에도 길을 걸어가면서 수화로 대화하는 농아인을 보면 손가락질하며 흉보는 시절엔 농아인들이 마음껏 대화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농아인들도 마음껏 거리를 누비면서 수화로 대화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보인다. 참 살기 좋은 세상이 온 것 같아 흐뭇하다.

1970년대 초기에 우리들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 또한 특수학교 교사라며 일반사회에서 곱게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처지를 잘 아시는 선생님들이시라 농아학교에 오시면서 원대한 꿈을 갖고 의욕적으로 우리나라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늘 힘쓰셨다. 또한 우리들이 사회에 나가서 멸시받는 일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여 참되고 바르게 가르쳐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들은 환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시절은 우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주신 선생님들의 소중한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며 감사하고 있다.

다가오는 5월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농아인 동창생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하늘 같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작은 자리를 마련하였다. 지금까지 은사님들을 찾아뵙거나 모시는 자리를 못해온 것이 참 부끄럽다. 그러나 이제라도 우리들의 마음을 다해 뜻 깊고 좋은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처럼 귀중한 시간에 우리 동창회원 모두가 꼭 참석해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열 분의 우리 스승님들을 모시고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사랑하는 선생님, 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그날 그 자리에서 예쁜 꽃들과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한 교정에서 우리 모두의 기쁜 해후를 기다리겠습니다. 변승일/(사)한국농아인협회 회장, 전북혜화학교(옛 전북농아학교) 졸업생 대표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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