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짊어지고 떠난 4일간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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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다름/앨범

자유를 짊어지고 떠난 4일간의 기행

by 정진한 2006.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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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짊어지고 떠난 4일간의 기행

언제였을까. 짐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던 그 여행을 떠난 날이.
텐트, 코펠, 버너, 배낭, 기타까지 짊어지고 홀로 길을 나섰다. 목적지도, 계획도 없었다. 그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는 마음뿐이었다.

🍱 길 위에서 먹고, 마시고, 쉬다

배가 고프면 아무 데서나 앉아 밥을 먹고, 길가에 버려진 남은 쥬스도 스스럼없이 마셨다. 경찰서에서 물을 얻고, 수도가 보이면 고맙게도 그 자리에서 한 모금.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멈추는 것도 모두 즉흥적이었다. 그게 바로 자유였다.

🚂 소리 지르고, 연락 끊고, 나를 놓다

기차 사이에 올라가 소리도 지르고, 세상과의 연락을 끊고, 그때 쓰던 삐삐도 가방에 넣은 채 잊었다. "이 4일 동안만큼은 나를 놓자."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를 내려놓았고, 세상의 시선도 내려놓았다.

🙋 사람과 마주치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4살 신애부터 70살 할머니까지.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그 순간 우리는 친구였다. 웃고, 함께 걷고, 나누고, 헤어지고. 그것이 진짜 여행이 아니었을까.

🍶 꽁술과 텐트, 그리고 우연

여행지 근처에서 친구를 깨워 얻어 마신 꽁술, 술기운에 잠든 텐트.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안엔 나도 모르게 들어와 함께 잠든 두 사람이 있었다. 놀랍지만 두렵진 않았다. 아, 이들은 진짜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구나. 텐트 한 켠에 피어난 이방인의 자유를 나는 부러워했다.

🌌 자유는… 아마도 이런 것

구걸도 했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어쩌면 비루한 삶 같았지만, 그 안엔 내가 진짜로 숨 쉬고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저 순간을 살아가는 나. 그게 자유였다. 나에게 묻는다. 자유란 뭘까?
어쩌면 그 답은, 그 텐트 속에, 그 길 위에, 그리고 내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나처럼 자유를 꿈꾸는 이가 있다면, 이 글이 조용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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