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행정에 대한 제언
전동 휠체어 하나. 한글 자모와 영어가 모두 분리돼 ‘시프트(shift)’의 기능이 필요 없어진 키보드 하나. 알밤만한 휠이 박혀있는 특수 마우스 하나를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자 주변의 도움 없이는 홀로 앉지도 의사소통하기도 힘들었던 1급 지체장애인의 삶은 날개를 달았다. 장애가 더 이상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이 된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300만원이 채 못 되는 물건들 덕분이었다.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 연구지원센터 사례중에서>
이기수 군수가 지난달 초 민선 4기 여주군수로 취임과 동시에 지역 내 장애인 단체를 방문하였고 또 장애인 관련 행사를 참석하면서 적어도 역대 군수 중 장애인들에게 가장 친근감 있고 사실적인 대화와 접근을 보였다.
우리 지역장애인들이 이 군수와의 대화만으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적어도 그의 시각이 장애인을 수혜자로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참여자로서의 장애인, 수혜와 참여를 동시에 실천하는 장애인복지의 실천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지 최근 군청 사회복지과 내에 장애인팀이 신설된다고 한다. 이러한 행정개편은 그가 장애인들에게 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첫 단추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모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늘상 정치인들이 그래왔듯이 말 잘하는 정치인에게 더 깊은 상처를 받았고 흔쾌하게 허락하는 정치인들에게 온갖 변명과 구구절절한 이유를 들어야 했기에 결국 실익과 직접적 서비스보다는 형식에 치우치고 단지 선거권이 있다는 이유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분위기가 식기 전에 우리 장애인들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주장과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빨리 도출시켜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기수 군수와 새롭게 편성될 장애인팀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서로 의사소통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여주지역 장애인의 욕구에 부응하는 지역 신규 장애인복지사업을 시급히 개발·보급돼야 한다. 또 다양한 사업영역과 복잡한 예산구조의 성격을 가진 장애인복지사업에 대한 여주군의 많은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담당공무원 교육 실시, 예산편성지침 강화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사회 안팎의 공무원, 장애인 기관, 단체, 연구 및 복지시설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시책간담회, 워크숍 개최 등 긴밀한 업무연계 협력 체계가 마련돼야 상호 업무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특히 순환보직시 업무성격의 차별성이 높아 업무를 숙지하는데 시각과 경험이 많이 요구되는 공무원들에 대한 관련 교육실시가 이뤄져야 한다.
평가와 관리감독을 제도적으로
장애인복지 분야의 지원과 제도 마련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평가와 관리감독이다. 장애인 단체별로 크고 작은 행사마다 행해지는 보조와 지원은 단지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의 평가와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민관의 공동참여의 틀 속에서 실질적인 운영과 책임은 물론 이에 대한 평가와 관리감독, 인센티브제공 등도 효율적 장애인복지행정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애인단체연합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공용주차장 관리는 충분하게 납득이 갈 새로운 기준 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연도별 과제추진 진도표 만들어야”
또 여주군은 장기적인 장애인복지발전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이 책정되고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주군에서 연도별로 과제추진 진도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과제 추진 속도와 일정을 관리해야 각 사업이 무리 없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군은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복지단체, 복지시설, 민간전문가가 결합해 장애인복지의 발전을 위한 사업과 예산을 함께 검토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한다. 지방의 장애인복지사업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사업의 내용과 지원 근거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엉성한 사회복지망을 메워라”
지방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시대의 요청
복지의 지방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시대흐름과 사회변화의 양상에 따라 거시적으로 복지정책을 입안하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복지 대상자를 직접 대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미시적인 접근도 매우 중요해졌다
열악한 재정의 터널을 뚫고 나가면서 말단의 복지수요자들의 특성을 고려하고 그들의 재활과 자활을 제대로 도와주는 복지행정을 펼치는 일. 그것은 국가가 큰 틀에서 만든 사회복지망 사이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지방정부와 지역의 시민단체, 복지기관 등 민간영역의 노력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주장애인인권문제연구소장
이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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