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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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뉴스통합

시진핑과 조력자들

by 정진한 2012.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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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당 우등생 준비된 황태자’ 시진핑의 중국 권력판 대이동… ‘시진핑과 조력자들’

 

시진핑과 조력자들/샹장위/도서출판 린

올가을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되고 있다. 당 대회에서 최고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조직 개편을 완료하면, 현재 국가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을 주축으로 하는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게 된다. 시진핑은 2010년 10월,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자리에 앉았고, 올 초 터진 보시라이 사건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내년부터 2023년까지 향후 10년 간 14억 인구의 대국을 이끌게 될 시진핑은 어떤 인물이고, 그를 도와 중국을 이끌어나갈 측근 인물들은 누구인가.

제17차 당 대회에서 선정된 중앙정치국 위원 가운데 '태자당' 소속은 시진핑을 비롯해 리위안차오(李源潮·중앙조직부장), 위정성(兪正聲·상하이시 서기), 보시라이(薄熙來·2012년 3월 15일 충칭시 서기에서 해임), 왕치산(王岐山·국무원 부총리), 류옌둥(劉延東·국무위원) 등 여섯 명이나 된다. 태자당의 세력이 커진다는 것은 시진핑이 권력을 승계한 후 그의 정치적 위상과 집권환경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대보다 훨씬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자당이라는 든든한 정치적 기반이 뒷받침된다면 적어도 집권 초반에 미약했던 후진타오의 권력보다 더 탄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시진핑이라는 존재는 공산당 내 파벌 투쟁의 결과인 동시에 싸움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이 열쇠가 있어야 파벌 간 암투가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勳·1913∼2002)은 1930년대에 중국 공산당 산베이(陜北) 근거지의 지도자였고 1950년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 최연소 부총리를 지낸 공산당 혁명 원로였다. 시진핑은 부친의 정치적 입지와 태자당이라는 배경, 그리고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든든한 지원과 후진타오 현 주석의 동의를 얻어 5세대 시대를 앞두고 있다.

알려져 있듯 중국 공산당의 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은 3세대 지도자로 장쩌민을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까지 낙점했다. 그러나 5세대 지도자는 미처 지목하지 못하고 1997년에 사망했다. 당시 시진핑은 푸젠(福建)성에서 15년째 일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성위원회 부서기에 불과했다. 이처럼 시진핑이 5세대 지도자가 되기까지 덩샤오핑의 후광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1980년대 중반, 정치체제 개혁과 민주화와 법치를 추진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덩샤오핑과 후야오방(胡耀邦)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을 때 시중쉰은 후야오방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실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중쉰이 복권된 후부터 시중쉰과 후야오방 두 집안은 왕래가 빈번했다. 시진핑이 칭화대를 졸업하고 중앙군사위원회 겅뱌오(耿飇) 비서장의 비서가 된 이후 매년 춘절마다 후야오방의 집을 찾아가 '후 삼촌'에게 세배를 할 만큼 두 집안의 관계는 두텁다.

게다가 시진핑은 장쩌민에 의해 제17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선출돼 차기 후계자 후보로 떠오른다. 장쩌민은 당시 태자당의 우두머리이자 정치적 동지인 쩡칭훙(曾慶紅) 상무위원이 퇴임한 자리를 시진핑에게 물려줌으로써 '공청단'이 권력을 승계하는 구도를 뒤엎고 '태자당'이 이끄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쩌민은 왜 시진핑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 유일한 해답은 두 사람이 모두 태자당이라는 데 있다. 알려진 것처럼 장쩌민은 '상하이방(上海幇)'의 계주이자 자신보다 불과 15세 위인 양아버지 장상칭(江上靑)이 열사였던 관계로 '태자당'에 속하기도 한다. 게다가 장쩌민은 시진핑이 공산당의 깃발을 내건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를 신중하게 운영하면서 옛 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시작한 페레스트로이카와 같은 위험한 일을 벌여 배를 좌초시키고 모두를 끝장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장쩌민이 시진핑을 차기 지도자로 추대한 것은 '혁명의 바통'을 대대로 물려주어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이러한 역학관계에 따라 시진핑은 공산당 내부의 권력 다툼을 해결할 열쇠로 부각됐다.

그렇다면 시진핑을 도와 중국을 이끌어나갈 측근 인물들은 누구인가. 군부 인맥부터 짚어본다. 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인 류위안(劉源)은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류사오치(劉少奇)의 아들이며 시진핑이 큰형으로 존경하는 인물이다. 2010년 12월 류위안이 총후근부 정치위원이 됐을 때 홍콩과 대만 언론에서는 태자당이 이미 군에서 가장 강력한 파벌을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순로롭게 정권 이양을 받도록 금위군(禁衛軍) 역할을 할 때 류위안의 입지가 크게 작용될 전망이다.

국방대학교 정치위원이자 당위원회 서기인 류야저우(劉亞洲)는 시진핑이 군권을 장악할 때 반드시 중용할 인물로 꼽힌다. 1939년 팔로군에서 활동한 류젠더(劉建德)의 아들이라는 혁명 유전자를 갖춘 그를 미국은 군부 소장파의 핵심 인물이자 전략사상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8년 해군 중장 겸 정치위원에 오른 류샤오장(劉曉江)의 장인은 전 공산당 총서기인 후야오방이다. 이 뿐만 아니라 그의 부친 류하이빈(劉海濱)은 시중쉰의 오랜 부하였다. 현재 제2포병 정치위원이자 상장(上將)인 장하이양(張海陽)도 장차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될 시진핑의 오른팔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전략적 억지력의 핵심 부대이기도 한 제2포병은 지대지전략핵미사일 부대를 위시해 국가 안보에 가장 강력한 버팀목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가 최근 실각함에 따라 그의 거취는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당에서는 중앙조직부장인 리위안차오가 시진핑에 의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가 17차 당 대회에서 중앙조직부장이 된 후 벌인 공직자의 기강 쇄신과 인사제도 개혁 과정은 시진핑과 죽이 척척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벌을 뛰어넘어 장쩌민, 쩡칭훙 등을 비롯한 당내 거물급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다. 두 번이나 정치국 위원을 역임한 위정성도 시진핑이 이끄는 지도부의 한 자리를 차지할 인물로 꼽힌다. 태자당에서도 쩡칭훙 다음으로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지만 최근 그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나면서 그의 앞날은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정부 쪽에서는 시진핑과 함께 산베이 농촌생산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역사학자 출신의 금융계 수완가 왕치산, 쩡칭홍과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 류옌둥 국무위원, 현재 환경보호부 부부장인 판웨(潘岳) 등이 시진핑에 의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시진핑의 칭화대 동창인 천시(陳希), 톈진 시장 후보인 허리펑(何立峰), 시진핑의 보좌역이자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 스즈훙(施芝鴻), 저장성 부성장 천민얼(陳敏爾) 등이 시진핑 시대의 정치적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저자는 '시진핑 리커창 합전' 등을 쓴 기자 출신의 저술가. 박영인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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