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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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걸레질

by 정진한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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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한지 3개월이 지나 처음 걸레질을 했다 

 

것도 한쪽에 먼지가 쌓인 손둥위를 쓸쓸히 고힌 걸레대를 함께한 것은 아니고 

 

무릎을 꿇고 한 걸레질 ... 

 

기분이 좋다 찌든 숨겨졌던 짧은 모들을 훔쳐내니 

 

욕심이 난다. 

 

좀더 깊숙한 곳 까지... 책상속을 훔치는데 어쩔수 없이 내 평생을 담아 그리운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이 기억을 기록하고 싶다 이 걸레질을 마치고 글을 써야지 아님 지금할까 

 

하지만 엄마라면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 이곳저곳을 훔친다. 

 

하루를 마치며 손빨래를 하며 내일 세 아이의 도시락 반찬을 준비하며 사랑하는 남편의 찌든 작업복을 빨며 

 

모자란 살림을 꾸려가며 가게부를 쓰며 지쳤을 텐데 아마도 자정을 넘겼을 듯하다. 

 

그래도 소변을 보시러 가시다 그 소변을 참으며 바짝 마른 돌돌 말려진 걸레를 든다. 

 

물이아까워 살짝 뭍혀 비틀며 번진 물자욱을 머금은 걸레를 들고 아이들의 신발을 털며 그렇게 걸레질은 시작된다. 

 

구석에서 아이들의 장난감과 연필을 발견하곤 

오늘 이녀석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냈을까? 이쁜 내 새끼들..... 하며 웃으신다. 

 

먼지쌓인 마루를 닦으시다가 오래된 나무 바닥에 삐쭉 나온 나무가시에 손을 베인다. 

으....... 

이쯤이야.. 걸레 모서리에 피를 닦으시고 다시 닦으신다. 

 

 

낮에 아이가 했던 장난감 이야기가 떠오른다. 잠시 머뭇하시더니 

 

장난감과 함께 

 

아들과 함께 

 

내일과 함께 또 걸레질은 이어나간다. 

 

그렇게 시작한 걸레질은 삼십분이 훌쩍넘는다. 

 

오늘도 우리가족의 안녕을 빌며 

 

 

사랑합니다. 

어머니 

 

얼른 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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