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000만원. 주유소를 철거하는 평균 비용이다. 전국의 주유소는 해마다 평균 100개 이상씩 문을 닫고 있다. 2018년 1만 1750개에 달했던 주유소 개수는 현재 1만1144개로 떨어졌다. 한때 '알부자'의 상징으로 통했던 주유소 주인은 옛말이 된지 오래. 막대한 폐업 비용에도 이들이 문을 닫는 데는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다.
없어진 주유소 자리는 어떻게 변모되고 있을까.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 상권에서는 국내 정유사들이 넓은 부지를 활용해 다양한 플랫폼 공간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주유소의 위상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MZ세대 등 젊은 고객 유입으로 수익성을 다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상황은 다르다. 한집 걸러 영업을 중지한 주유소가 허다한 것은 물론, 나아가 지방 시골길에는 주유소 이름이 새겨진 간판과 먼지 쌓인 탱크만 덩그러니 서 있는 곳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욱이 가려진 공간이 아니다 보니 방치된 주유소가 문득 흉물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주유소는 최소 200평에서 1000평 정도 규모다. 작은 크기가 아닌 만큼 새로운 공간으로의 변신은 쉽지 않다. 가장 큰 대안은 전기차 충전소인데, 이마저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주유소는 3.9%에 불과하다. 향후 전기차 수요 대비 더 많은 충전소가 갖춰져야 하지만 아직 초기 시장인데다 여러 법적 규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시설을 구축하려면 주유기·충전기 이격거리 제한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수월하다. 돈 많은 대기업의 경우 이미 충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존 주유소의 탈피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일반 자영 주유소들이 발전 설비를 도입하고 충전, 송전 설비 등을 도입할 재정 여력을 갖추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거리에 폐 주유소가 늘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 더 이상 거리의 주유소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닌 정부와 기업, 그리고 자영업자가 함께 뜻을 모아 새로운 '제 2의 주유소'로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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