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점자 참고서 만들고 과외까지… 참 착한 숙명인들, 4년째 선후배 선행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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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뉴스통합

시각장애인 점자 참고서 만들고 과외까지… 참 착한 숙명인들, 4년째 선후배 선행 대물림

by 정진한 201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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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점자 참고서 만들고 과외까지… 참 착한 숙명인들, 4년째 선후배 선행 대물림

“시각장애인들은 공부하고 싶어도 참고서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점자책을 만들어 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요.”

고1 시각장애 딸을 둔 강모(48·여)씨는 시각장애 자식을 키우는 것이 힘든 듯 표정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강씨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자원봉사자들이 점자책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같이 온 동료들과 연신 고마움을 표하며 밝게 웃었다.

19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총장 한영실) 행정관 동문회 회의실. ‘숙명점역봉사단’(단장 권순인) 단원과 시각장애인 학부모, 학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점자서적 전달식’이 열렸다. 단원들은 이날 최신 영어와 수학 참고서 295권을 점자정보단말기 사용이 가능한 파일과 점자책으로 점역해 시각장애인가족회(회장 이란경)에 전달했다.

숙명점역봉사단은 시각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2009년 결성됐다. 동문과 재학생 120여명의 단원들이 만든 점자책으로 공부한 시각장애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다른 장애 학생의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고, 봉사단에 합류하는 등 또 다른 장애 학생을 위해 ‘배려’ 릴레이를 한다.

단원들은 매년 2월과 9월 ‘Shake Hands Day’라는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 초청 행사를 연다. 단원들과 시각장애 학생들이 함께 손을 잡고 우정을 쌓아가고자 마련하는 행사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장기자랑을 열심히 준비,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단원들은 전국 10여명의 시각장애 학생에게 시각장애인용 컴퓨터를 통한 수학 및 과학 과외를 하고 있다. 서울 남부구치소 수형자들의 ‘눈빛나눔봉사단’ 창립에도 도움을 줬다. 앞으로 시각장애 청소년과 ‘멘토’ 관계를 맺어 진학 지도에도 나설 계획이다.

단원들은 컴퓨터 점역작업 도중 오류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입력하기 일쑤다. 참고서를 만들 때마다 분업을 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출고하지 않으면 점자책을 엮을 수 없다.

4년째 단원인 이은혜(21·아동복지학과 4)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주일에 2∼3시간 점역봉사를 하고 있다”며 “바쁜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을 바라보며 내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조영미(21·행정학과 3) 재학생 대표는 “과제가 많으면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다시 힘이 솟곤 한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함께 이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역봉사단의 이런 헌신과 봉사 정신에 감동, 도움의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능률교육과 천재교육 출판사가 최신 참고서를 보내고, 대성학력평가원은 모의고사 시험지를 기증하고 있다.

동문들도 나섰다. 10여명의 이과대 동문들은 후원금을 내는 한편, 행사 때마다 도우미로 활동한다. 학교 측도 세미나 등 점역봉사단 행사 때 장소를 빌려주고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권순인(59·물리학과 76년 졸·서울 묘동교회 집사) 단장은 “단원들은 모두 마음씨 고운 착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과대 동문회장 김영혜(57·수학과 79년 졸·서울 영락교회 권사)씨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발견함으로써 시작한 일”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공감해 틈새를 메우는 릴레이 봉사가 계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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